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다.
시작의 중요성을 의미하는 것이리라.
이제 임용된지 1년이 지났고, 시간이 얼마나 빠르게 지났는지, 달력을 봐야만 그 속도감이 느껴질 정도로 정신이 없다.
보호관찰소에서의 일은 생각보다 재미있었으나, 그 재미만큼 그 일들이 갖고 있는 무게감은 꽤나 크다. 하루 하루 정신없이 벌어지는 일들이 갖는 중요성은 미처 우리가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빠르게 지나가지만, 그렇다고 해서 그 가치가 사라지지는 않는다.
수강과 사회봉사라는 업무를 거쳐 비로소 보호관찰이라는 업무를 처음 맡게 되었을 때의 그 긴장감을 아직 잊혀지지가 않는다. 떨림, 혹은 설렘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 때, 물론 수강과 사회봉사가 갖는 중요성을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, 그만큼 보호관찰소에서의 메인은 당연히 보호관찰이었기에, 그 일을 실제 한다는 것에 대해 그 긴장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.
시작이 반이라지만.. 앞으로 20여년간 하게 될 일의 진정한 시작을 알리는 것이기도 했으니까...
그런 풋내기 앞에 "살인"이라는 재범확정 코드는 쉽게 감이 잡히지가 않았었다.
이제야 인수인계를 받아 아직도 한번 본적 없는 내 대상자...
어느샌가 구속되어 있어 무슨일인지 궁금했던 내 대상자...
그리고 재범확정코드에 선명히 적혀있던 죄명 "살인"
술을 마시고, 평소에 자신을 무시하던 선임의 머리를 망치로 쿵!
참 많은 생각이 들었었던 것 같다. 아직 보호관찰에 보자도 모르는데... 이 상황을 어떻게 해야 하며, 나는 보지도 못한 사람인데....참 우왕좌왕 했었던 것 같다.
그리고, 얼마전 그 사람은 징역 9년이 확정되었다.
1심의 판결에 굴복해 항소를 했으나, 기각되었고, 대법원에 상고까지 하려고 했으나, 결국 상고취소를 했다.
인정하고 싶지 않았겠으나.... 인정해야 할 수 밖에 없었겠지...
나의 보호관찰 시작의 첫 재범자 죄명은 "살인"
시작이 반이라지만.... 반이 벌써 이런데.... 나머지 반에는 또 어떤 일이 벌어질지... 참 험난하다.